고려: 'Korea'라는 이름이 나온 왕조
918년부터 1392년까지 474년, 34명의 왕. 영어 국호 Korea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수도가 북한에 있다는 사실이 왜 여행자에게 고려를 가장 만나기 어려운 왕조로 만드는지.
언어

여행 중에 보게 되는 궁궐과 성곽, 왕릉은 거의 전부 조선의 것입니다. 그 앞 왕조인 고려는 918년에 세워져 1392년까지 474년 동안, 34명의 왕이 다스린 나라인데도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고려의 수도는 개경, 지금의 개성이고 그곳은 북한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왕조는 영어권 여행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여행하고 있는 나라의 영어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한눈에 보기
918–1392, 474년, 34명의 왕
왕건이 918년에 세우고 936년에 후삼국을 통합했습니다. 조선보다 44년 짧습니다.
'Korea'는 '고려'입니다
영어 국호 Korea는 고려에서, 고려라는 이름은 다시 고구려에서 왔습니다.
수도는 개성 — 갈 수 없습니다
개경은 태조 왕건이 건설한 고려의 수도이고, 지금은 북한 영토입니다.
몽골과 싸우며 강화도로 옮긴 30여 년
1232년 강화 천도, 1270년 개경 환도. 이후 약 80년간 원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름부터 — 왜 이 나라가 Korea 인가
영어의 Korea는 '고려'라는 국호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려라는 이름 자체는 그보다 앞선 고구려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름이 서양에 알려진 경위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려라는 국호가 서양에 전해진 것은 고려 왕조 때 사라센(이슬람권) 상인들과 교역이 이루어지면서부터라고 봅니다. 원의 간섭기에 고려는 당시 국제도시였던 원의 수도를 통해 여러 문물과 접촉했고, 한반도가 처음으로 서방세계에 알려진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한 가지 더 정리해 두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국호 '대한민국'의 '한'은 고려가 아니라 삼한에서 온 말입니다. 고려시대에 삼국 전체를 가리켜 삼한이라 불렀고, 그 말이 뒤에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인이 스스로를 부르는 이름과 외국인이 부르는 이름은 서로 다른 왕조에서 왔습니다.
918년, 갈라진 나라를 다시 하나로
고려를 세운 사람은 개성 출신의 호족 왕건입니다. 918년에 나라를 세웠고, 936년에 후삼국을 통합했습니다.
이 통합이 왜 중요한지는 백과사전이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신라의 삼국통일 때는 기존 지배층인 진골 귀족이 통일 이후에도 지위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반면 고려는 신라 말에 지방에서 새로 일어난 호족 세력이 골품제를 무너뜨린 지배층의 전면 교체 속에서 세워진 나라였습니다.
사상과 문화에서도 그렇습니다. 고려에서는 불교·유교·도교·풍수지리 사상이 큰 충돌 없이 공존했고, 국왕과 왕실이 주관한 의례에 불교와 도교, 유교, 제천 의식이 함께 시행되었습니다. 조선이 성리학 하나로 사회를 정돈한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궁궐과 서원에서 보게 되는 조선의 엄격한 질서가 한국사의 기본값이 아니라는 점만 알아 두어도, 박물관의 고려 유물이 다르게 보입니다.
몽골과의 전쟁, 그리고 섬으로 옮긴 수도
고려의 후반부를 결정한 사건은 몽골과의 전쟁입니다.
1231년에 몽골이 고려를 침입했고, 당시 실권을 쥔 무신정권은 1232년 강화도로 수도를 옮겨 항전을 이끌었습니다. 항전을 주도하던 최씨 정권이 1258년에 무너지고, 이듬해인 1259년 고려는 몽골과 강화를 맺었습니다.
여기서 한 장면이 특히 기억할 만합니다. 당시 세자였던 원종이 쿠빌라이를 직접 만나, 원에 복속하는 대신 고려의 고유한 제도와 풍속은 유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왕조가 살아남은 것은 그 협상 덕분이었습니다.
1270년에 개경으로 환도했고, 이에 반발한 삼별초의 항쟁이 1273년에 진압되면서 무신정권도 끝났습니다. 그 뒤 약 80년 동안 고려는 원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고려는 어떻게 끝났나
끝은 전쟁이 아니라 회군에서 시작됐습니다.
1388년, 요동정벌에 나섰던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군대를 돌렸습니다. 그는 정벌을 주도한 우왕과 최영을 제거했고, 사대부 세력과 손잡고 사전(私田)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개혁에 반대한 창왕과 이색 등 보수 세력까지 제거한 뒤 1392년에 조선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조선의 성립은 고려의 붕괴와 같은 사건의 앞뒤입니다. 조선 궁궐의 안내판에서 "1392년 건국"을 읽을 때, 그 해가 동시에 474년짜리 왕조가 끝난 해라는 뜻입니다.
여행자가 고려를 만날 수 있는 곳
솔직하게 말하면, 고려는 남한에서 가장 만나기 어려운 왕조입니다. 수도 개경이 북한에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처럼 도시 한복판에 궁궐이 남아 있는 방식으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고려를 보려면 건물이 아니라 유물을 보러 가야 합니다. 서울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그 출발점입니다. 아래 카드에서 관람 시간과 요금 같은 실제 정보를 확인하세요.
강화도 역시 이 왕조의 이야기와 직접 이어지는 곳입니다. 무신정권이 몽골에 맞서 수도를 옮긴 바로 그 섬입니다.
박물관에서 전시실을 고를 시간이 없다면 순서를 이렇게 잡으세요. 조선을 먼저 보면 고려가 낯설어 보이고, 고려를 먼저 보면 조선이 왜 그렇게 달라졌는지가 보입니다. 고려는 여러 사상이 공존한 왕조였고, 조선은 하나로 정돈한 왕조였습니다.
고려를 보러 갈 만한 곳
자주 묻는 질문
'Korea'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나요?
고려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고려라는 국호 자체는 고구려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이름이 서양에 알려진 것은 고려 왕조 때 사라센 상인들과 교역이 이루어지면서부터로 봅니다.
고려는 얼마나 오래 지속됐나요?
918년부터 1392년까지 474년이고, 34명의 왕이 다스렸습니다. 936년에 후삼국을 통합했습니다.
고려 궁궐은 어디에 있나요?
고려의 수도는 개경, 지금의 개성이고 북한에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조선 궁궐처럼 남아 있는 고려 궁궐을 볼 수 없고, 박물관의 유물로 만나게 됩니다.
고려와 조선은 무엇이 다른가요?
고려에서는 불교와 유교, 도교, 풍수지리 사상이 큰 충돌 없이 공존했고 국가 의례도 함께 시행됐습니다. 지배층 구성도 다릅니다. 고려는 신라 말 지방 호족이 골품제를 무너뜨린 전면 교체 속에서 세워졌습니다.
고려는 왜 강화도로 수도를 옮겼나요?
1231년 몽골이 침입하자 무신정권이 1232년에 강화도로 천도해 항전을 이끌었습니다. 1259년에 강화를 맺고 1270년에 개경으로 돌아왔으며, 이에 반발한 삼별초의 항쟁은 1273년에 진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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